[스크랩] 엘캐피탄 더 노즈등반
8월5일(토요일).
아침 식사후 어제 미리 정리해둔 장비를 차에 싣고 엘캡 으로 갔다.
노즈 진입로 입구에 차를 세우고 숲길을 20분정도 오르니 노즈와
살라테월 스타트 지점이 있는 곳에 도착 하였다.
시간은 09시30분. 올여름 미국을 달구었던 해는 벌써 머리위에 올라와 뜨겁다.
오랬동안 가슴속에 간직하고 있던 요세미티의 엘켑이 내 눈앞에 있다.
이제 내가 오르면 된다. 가슴이 설랜다.
노즈 출발지점은 5.8급 정도의 페이스 와 크랙이 혼합된 길을 50m쯤 올라야 나타난다.
정식이 에게 확보를 부탁하고 감격스런 노즈 등반을 시작 하였다.
원정계획은 충길이가 세컨 정식이가 라스트로 등반 하는 시스템 훈련을
하였는데
훈련도중 등반인원이 한명 늘어나며 등반 시스템이 바뀌었다.
50m를 올라 노즈 스타트 지점에 도착하여 등반해야할 루트 를 다시 한번 확인하고
실 크랙으로 시작되는 노즈 1피치 등반을 시작하였다.
오늘은 엘캡 바위에 적응을 하기위한 등반으로 4피치까지만 등반하고
물과 장비를 써커렛지에 데포 시킨뒤 내려올 참이다.
일찍 하강하여 캠프에서 휴식한 뒤 내일부터 본격적으로 오를 예정이다.
총 34피치의 노즈는
엘캡의 가장 중앙에 개척되어 있는 고전적인 크랙 루트다.
여러 곳의 넓은 테라스에서 비박이 가능하여 포터레지가 필요 없이
빅월 등반을 할 수 있는 곳이다.
또한 고난도 인공등반 장비 없이도 오를 수 있다.
등반장비는 캠 3~4세트, 너트 작은 것 1세트, 퀵드로 10개, 카라비너 30개,
60cm 슬링 5개, 래더 1조, 로프 60m 2동, 캠 회수기 등이 필요하며
등반 일수에 따라 식량과 장비들이 달라진다.
우리는 각자 수낭을 하나씩 짊어지고 선등자 외에는 주마링을 하기로 하고
내가 줄을 걸면 정식이가 자일 한동을 매달고 올라와 다음 피치를
등반 할 수 있도록 하고 충길이와 나머지 대원은 홀백을 올리고
회수된 자일과 장비를 앞으로 보급하였다
노즈는 보편적으로 2박3일이나 3박4일에 등반한다.
제1피치는 약 70도의 경사에 미세한 핑거크랙으로 50m쯤 된다.
바위 면은 차돌처럼 미끄러워 암벽화의 마찰력을 기대할 수 없다.
예전에는 촘촘히 박혀있는 하켄을 따라 오르던 곳인데 지금은
클린클라이밍의 일환으로 하켄을 모두 뽑아버렸다.
따라서 하켄구멍을 이용하여 오르게 되는데 너무 미끄러워 까다롭다.
피치 확보지점은 쌍볼트에 체인을 연결하여 확실하며 피치 전 구간에
볼트는 한 개뿐이다. 따라서 확보용 캠을 설치하며 등반 하는데
손가락 두 개 정도 들어가는 작은 구멍이라 에일리언 캠만 사용할 수 있으며
설치 상태도 불안하다. 미끄러운 바위에 적응이 되지 않아 발을 쓰는게 어렵다
스테밍 자세로 오른
후 50m지점 쌍볼트에서 1피치 종료하고 자일 고정시킴.
제2피치 역시 제1피치와 비슷하다.
등반길이 약 50m, 수직으로 곧바로 오르는 실크랙을 따라 30m쯤 오르다
마지막 부분에서 볼트에 걸린 슬링을 잡고 우측으로 짧은 펜듈럼을 하여
우향 핑거크랙에 진입한다 밸런스가 우측으로 자꾸 무너지는 구간을
20m쯤 오르면 2피치 종료지점으로 쌍볼트가 있다.
에일리언 1세트와 너트 작은 것 한 개가
필요하다.
제3피치는 곧바로 이어지는 핑거크랙을 오르게 되는데, 올라갈수록 크랙이 좁아진다.
20여m 올라서는 작은 너트가 필요하며 이곳을 지나면 우측으로 볼트 3개가 있다.
볼트에서 우측으로 10여m 펜듈럼해 크랙으로 진입한다.
우향 크랙을 따라 30여m 오르면 쌍볼트가 나온다.
제4피치는 곧바로 이어지는 우향 크랙을 따라 오르다 슬링이 걸린
볼트가 나오는데
이곳에서 우측으로 트레버스를 해야 하는데, 나는 그곳에서 계속위로 올라갔다.
머리위로 하켄이 보여서 그곳이 길인줄 알았다.
하켄을 지나 위를보니 볼트구멍이 있고 그위로 캠을 설치할수 있는 크랙이 보였다.
어렵게 올라 크랙에 에이리언 3호를 설치하고 우측 페이스로 진입하여 오르는데
길이 없다. 4피치 종료 지점이 우측에 바로 보이는데.. 난감했다.
이때 저 아래 충길이가 올라오더니 형. 거기 길 아니야..
결국 뒤로 살떨리는 클라이밍 다운을 해서 볼트에 걸린 슬링을 잡고
우측으로 짧은 펜듈럼을 하여 20여m 걸어가니 쌍볼트가 나온다.
이곳 제4피치는 여러 명이 서있을 수 있는 테라스가 형성되어 있으며,
이곳에서 4번의 60m 하강으로 바닥까지 내려갈 수 있도록 하강지점을 만들어 놓았다.
우리는 내일 등반할 장비와 물을 이곳 4피치에 두고 등반 중 회수하지 못한
장비가 있어 하강 루트가 아닌 등반루트로 다섯 번에 걸쳐 하강했다.
모두 하강을 마친 시간이 13:30분. 캠프로 돌아오는 길에 샤워장에 들러
공짜 샤워를 하고 빌리지 스토어에 들러 고기와 술을 사와 내일부터 시작할
등반을 위해 요세미티 맥주로 건배를 하고 일찍 잠을 청했다.
8월6일(일요일)
새벽 4시에 일어나 끓인 우유와 씨리얼로 간단한 식사를 하였다.
어둠속을 달려 노즈 진입로 공터에 차를 세우고 엘캡 밑으로 접근했다.
오늘 등반은 대천정 넘어 24피치까지 오르는게 목표다.
어제 고정해둔 자일을 이용해 랜턴을 켜고 4피치까지 주마로 오른다.
내가 먼저 오르고 정식이 여성대원 충길이 순으로 오른다..
5시00분쯤 써커렛지에 도착하여 아래를
내려다보니 바로아래 정식이가 올라오고
2피치 지점에서 충길이와 여성대원이 홀백을 올리고 있다.
손에 테이핑을 하고 등반준비를 마치고나니 정식이가
써커렛지에 도착한다.
엘캡 머리위로 빨갛게 여명이 밝아온다.
애물단지는 3피치를 주마 등반중이고 충길이는 아직 저 아래에서 홀링 중이다.
등반은 순조롭고 굳이 후미를 기다릴 필요가 없었다.
잠시 루트 개념도를 살핀 다음 정식이 에게 확보를 부탁하고 등반을 시작하였다.
초승달처럼
좌측으로 크게 휜 좌향 크랙을 올라 5피치 종료지점을 그냥 통과하여
낙석 우려가 있는 오버행 크랙을 오르니 6피치 종료 지점이다
60m 줄이 조금 모자라 정식이가
위로 올라와서야 피치를 마칠 수 있었다.
바로 정식이를 올리고 등반이 진행되야 하는데 충길이와 여성
대원이
4피치 아래에서 홀링 중이라 등반자일 문제로 등반이 지체되고 있는 상황이다.
우측으로 멋진 등반라인을 그리며 위로 치솟은 돌트크랙이 한눈에 들어오고
그위로 대천정이 손에
잡힐듯 보인다. 오늘 등반 종료지점인 24피치 비박지도
가늠할 수 있다. 이제 이곳에서 두 번의 펜듈럼으로 돌트크랙에 진입하면
등반은 일사천리로 진행 될 겄이다..
등반이 지체된다는 생각으로 아래를 보며 소리쳤다.
야 정식이 빨리 출발 안해 순간 100m 아래서 들리는 충길이의 외마디...
형. 나 팔 부러졌어.
내가 잘못 들었나.. 뭐라구
나 팔 부러졌다고....순간 온갖 생각이 머릿속을 어지럽힌다.
어렵게 여기까지 왔는데..
일단 내가 내려가야 사태가 수습될것같다.
등반을 포기하고 써커렛지에 내려오니 충길이가 팔을 축 늘어뜨리고 있다
사고 원인은 뒷줄을 잡아주는 보조자 없이 혼자서 홀링 하려다 홀백이
추락.
급한마음에 홀백 추락을 막으려고 홀백 줄을 손목으로 감았단다.
다행이 팔목이 부러진게 아니고 손목관절이 탈골된 상태였다.
탈골된 부분을 맞추는 응급조치를 한 뒤 하강줄을 내렸다.
60m씩 네번에걸쳐 하강. 장비와 식량을 모두 써커렛지에 걸어놓고
고정자일을 남겨둔 상태로 캠프로 철수하여 다음날
충길이 부상 상태를 보고 등반 일정을 조정하기로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