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설악 천화대 릿지
설악산에서 가장 인기 있는 리지코스 하늘에 핀 꽃 천화대
천개의 꽃을 바라볼 수 있다는 천화대(天花臺)는 원래 범봉이라고 불리는 암봉을 말하는 것이었으나 현재는 비선대에서 범봉까지 이어지는 암릉 전체를 천화대라고 부르고 있다.
천화대에서 대(臺: 돈대 대)란 높이 쌓아 올린 곳을 말한다. 천화대의 다른 이름은 연화대이다. 연꽃의 전망대라는 뜻이다. 외 설악의 가운데 자리하는 천화대는 주변을 두루 두루 둘러볼 수 있는 연꽃의 중앙에 앉아있는 느낌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천화대릿지는 전체적으로 특별히 어려운 곳은 없으나 코스가 길고 여러 등반팀으로 인하여 정체시간이 많아 초보자가 있거나 일행이 많을시는 당일 등반이 어렵다. 또한 비상탈출시에도 경사가 가파르며 낙석의 위험이 있으므로 유의해야 한다.
암벽등반 기본을 알고 5.6급 정도의 등반을 할 수 있다면 무난한 코스이다.
충분한 물과 해드랜턴과 짧은 슬링은 반드시 준비해야 하며 비선대에서 범봉까지 2인 1조일 경우 약 10시간 정도 소요된다.
비선대대피소에서 천불동계곡을 끼고 대청봉 방향으로 올라가면 계곡 위에 놓인 철 다리가 나오고 철 다리 건너자마자 오른쪽으로 넒은 계곡이 이어지며 계곡입구에 출입금지 표시판과 설악골 이정표가 보인다.
이곳에서 왼쪽 경사진 능선길을 따라 오르다 작은 암봉을 우회하여 약100m쯤 더가면 출발지점인 20m 높이의 첫 벽이 나타난다. 여기서부터 천화대리지의 등반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비선대 대피소에서 릿지 시작 지점까지 약 30분 소요).
▲ 천화대 범봉
설악산 천화대 암릉은 전국을 통틀어서도 분명 최고의 암릉등반 대상지다. 이름 그대로 암릉 자체가 꽃처럼 아름답고, 창끝처럼 날카로운 암봉 하나 하나 넘는 사이 짜릿한 성취감이 느껴지며, 암봉과 암릉의 숲이랄 수 있는 외설악의 망루와도 같은 바위를 오르며 위압적이면서도 빼어난 산봉과 깊디깊은 골짜기를 조망하는 즐거움은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감동적이다.
그렇지만, 워낙 길고, 난도 높은 피치가 수시로 나타나 초보자들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코스다. 적어도 중급 수준의 암벽등반 경험을 가져야 수월하게 등반할 수 있고, 체력도 어느 정도 갖춘 사람에 한해 도전하기를 권한다.
▲ 천화대 암릉을 상징하는 왕관봉
천화대 암릉산행 기점은 비선대에서 15분 거리인 설악골 초입, 골짜기에 가로놓인 철다리를 건너 ‘입산금지’ 팻말이 붙은 골(설악골) 입구에서 왼쪽 능선 길을 따라 20분쯤 오르면 평범한 암릉을 넘어 첫 번째 피치 아래 닿는다. 침니와 페이스형의 제1피치 등반 후 숲길을 따라 10분쯤 가면 제2피치가 나타난다. 만만해 보이지만, 볼트가 박혀 있을 만큼 위험한 구간이다. 약 20m 오른 뒤 나타나는 페이스는 볼트와 슬링을 잘 이용해야 한다.
이어 숲길과 바윗길을 따르다 15m 자일하강에 이어 거북 형상의 바위를 지나 또다시 20m쯤 하강하면 암봉이 나타난다. 암봉을 지나 추모동반이 박힌 암봉으로 올라야 하강포인트에 도달한다. 암봉 오른쪽 길은 헤맨 등반객들에 의해 만들어진 족적이다. 이 하강포인트에 올라서면 사선크랙과 왕관봉이 정면으로 마주보인다. 여기서 25m쯤 하강하면 비박지로 내려선다. 이 비박지에서 안부쪽으로 100m쯤 이동하면 좁은 공터 3곳이 나온다. 안부에서 잦은바위골쪽으로 15분쯤 내려서면 식수를 구할 수 있다. 단, 갈수기에는 기대하지 않는 게 현명하다.
비박지 위로는 약 60m 길이의 암벽이 솟아 있는데, 홀드와 스탠스가 확실해 보기보다 쉽게 오를 수 있다. 하단의 혼합크랙을 따라 벽 중단의 노란 벽까지 올라 피치를 끊는다. 암릉에 올라서면 하강포인트가 나타난다. 7~8m 구간은 확보상태에서 클라이밍다운한 다음 암각에 걸린 슬링에 자일을 바꿔 끼우고 하강하는 게 자일이 크랙에 끼일 염려가 적다. 이어 평범한 암릉을 오르면 사선크랙 아래에 닿는다. 30m 길이의 사선크랙은 천화대 암릉에서 가장 난해한 구간이다. 하단부 소나무에서 선등자 확보를 보고, 후등자 확보는 암봉 꼭대기보다 상단부 소나무에서 보는 게 자일 흐름 상 바람직하다. 사선크랙은 왼쪽 길로 우회할 수 있다.
▲ 석주길과 합쳐지는 희야봉 암릉
▲ 사선 크랙
사선크랙을 통과해 짧은 나이프리지 구간을 지나면 또다시 약 30m짜리 사선 침니가 나타난다. 중단의 나무에서 확보하고 상단의 침니크랙을 올라서면 볼트 3개에 걸려 있는 슬링이 보인다. 이곳에서 25m 하강하면 왕관봉까지 마지막 고비인 20여m 슬랩이 나온다. 시작부분의 오버행 턱이 약간 까다로울 뿐 나머지 구간을 쉽게 오를 수 있다.
왕관봉 직전의 7m 침니는 양쪽 벽을 팔과 다리로 밀며 침니 등반을 한다. 정상의 바위 구멍에 매여 있는 슬링에 자일 2동을 걸고 하강하면 넓은 너럭바위로 내려서게 되고, 이어 쉬운 나이프리지가 계속해 이어진다. 이 리지 중간에 염라폭으로 떨어지는 안부를 만나는데, 식수가 떨어지면 여기서 설악골로 하산한다.
측백나무 군락이 우거진 오르막을 올라서면 석주길과 만난다. 여기서 다시 암봉을 타고 희야봉을 넘어서면 슬링이 걸린 암각을 발견할 수 있다. 희야봉에서 하강할 때는 첫 번째 확보지점에 걸린 슬링에 확보한 상태에서 3m 아래 확보지점으로 내려선 다음 자일을 걸어야 한다. 60m 자일 2동이면 한 번에 안부까지 내려설 수 있다. 1동일 경우는 중간 테라스에서 한 차례 끊어 하강하도록 한다.
▲ 범봉에서의 하강
희야봉~범봉 안부에서 설악골까지는 급경사 내리막으로, 특히 상단부는 낙석 위험이 높으니 조심하도록 해야 한다. 설악골까지 30분, 설악골~비선대는 1시간20분 정도 걸린다.
천화대 산행은 등반자의 능력과 인원에 따라 소요시간이 천차만별이다. 중급 수준의 2인조라면 당일에 끝낼 수 있으나 초보 수준이거나 인원이 많다면 하루에 결코 마칠 수 없다. 이 경우 왕관봉 직전 바위 협곡 안부 또는 왕관봉 너머 안부에서 설악골쪽으로 빠지도록 한다. 안부에서 비선대까지 1시간30분 정도 걸린다. 단, 범봉 너머 안부가 최종 목적지라면 1박2일 산행을 계획하는 게 바람직하다. 이 경우, 첫날 왕관봉 전후의 비박지에서 지내야 이튿날 범봉 산행을 마치고 하산하는 데 무리가 없다.
▲ 천화대 리지에서 하강은 고정피톤(하켄)이 없기에 암각에 슬링을 걸고 하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걸려있는 슬링 테이프를 잘 점검해야 한다.
▲ 석주길에서 한국의산천
장비는 2~3인조의 경우, 60m 길이의 자일 1동에도 가능하지만, 4명이 넘어서면 2동 이상 가지고 다니는 것이 등반 속도를 내는 데 유리하다. 헬밋과 안전벨트는 기본이고, 프렌드 한 조로 확보가 가능하다. 단, 암각을 확보지점으로 이용할 경우가 많으므로 슬링을 넉넉히 준비하도록 한다. 하강포인트마다 슬링이 여러 가닥씩 걸려 있기는 하지만, 낡고 삭은 슬링이 많으므로 잘 살펴보고, 미심쩍다 싶으면 새 슬링으로 교체하는 게 안전하다